아름다운 동행 이야기

성 바오로 가정호스피스센터

다시 만나는 날 더욱 큰 사랑으로 안아줄께

묵상
질문
작성자
이기준
작성일
2015-06-12 09:57
조회
801
짝꿍의 49제쯤 즈음해서, 짝꿍과 함께하며 후회되었던 일, 기적을 바라지만 일어나지 않은 현실에 절망, 그리고 암에게 졌다는 분노 등이 조금은 누그러 들줄 알았다. 아직은 시간이 나의 편이 아니다. 발걸음 하나 한 모금의 물에서도 어여쁜 내 색시의 아픈 추억이 떠오르고 어찌 해주지 못했던, 때론 무덤덤하게 대했던 순간들이 가슴을 파고들어 온다.

1. 말기암 환우는 사랑하는 이가 옆에 있어도 외롭다. 자주 안아주세요.

짝꿍과 살아가며 항상 했던 말이 내가 짝꿍보다 딱 하루만 더살고 마지막을 같이하는 행복한 인생 마무리를 소원했다. 그러나 말기암 환우로 다가온 짝꿍은 우리의 현실이 소원처럼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순간 순간 느낄때마다 외로워했다. 그렇게 외로워할때 묵묵히 옆을 지켜주는 것밖에 못했다. 지켜준다는 것이 어떤 감정의 동화도 없이 그저 옆에 있었던 순간이 가슴 쓰리게 아프다. 세상의 가장 큰 버팀목이고 나만 믿으라는 밑도 끝도 없는 믿음도 주고, 따스하게 껴안고 다독이고, 어쩔땐 같이 울기도 했지만, 가끔 목석 같았던 내 모습이 순간 순간 가슴을 후벼판다.

대신 아파줄수 없지만 어느 한 순간이라도 환우를 외롭게 하지 말아주세요. 말하지 않고 담고만 있지말아주세요 언제라도 어떤 식으로라도 사랑을 표현해주세요. 그래도 그래도 가고나면 슬픔이 날마다 눈물로 당신을 적실 겁니다.

2. 병원, 요양병원, 호스피스 병동애서 간병인에게 환우를 맡기지 마세요. 가능하시다면 가장 소중한 시간을 함께하세요.

키스보다 다섯번 뽀뽀하는 것을 좋아했던 나의 짝꿍을 많이 많이 안아주지 못해서 슬프다오. 요관, 장루를 해서 안아주는 개 불편하리라는 생각에 안아주지 못하고 조그만 뒤척임에도 통증을 느껴 결국 나는 침대 밑으로 이별을 해야했었지. 그러면서 나의 양팔은 짝꿍의 사이즈를 잃어버리고 오롯이 검지와 중지를 잡고 잠들던 작고 앙증맞던 짜꿍의 왼손만이 기억납니다. 마지막 밤 부디 이밤이 마지막이 아니길 바랬던 날도 난 짝꿍의 왼손을 꼬옥 잡고 호스피스 병동의 보조 의자에 누워 쳐다보는 것말고는 할 수 없었다네.

14개월 모든 일을 접고 둘이서만 하루 종일 보내면서 때론 웃고 슬퍼하고 두려워하고, 무엇보다 외뢰웠던 시간이었지만 내가 있어줘서 고맙다던 짝꿍의 페이스북 글이 나를 울게하였네. 함께 살아온 시간 동안 나누었던 대화보다 함께한 마지막 14개월동안 나누었던 이야기가 더 많았지만 아직도 하고픈 말이 계속해서 떠오르는 걸 어찌할 수 없네요.

그나마 다른 이에게 떠넘기지 않고 당신 곁에 함께해서 내 마음은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는다오. 마지막 10여일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조차 시도때도 없이 체온과 산소 포화도 측정하는 친절하지만 무식한 의사들의 행동에도 함께있어서 행복했다네.

만약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면 제발 다른 가족이나 간병인에게 맡기지 마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옥같은 요양원으로 보내지 마세요. 그 후회는 두고두고 당신을 힘들게 할거예요.


3. 도와달라고 외치세요.

마지막 한달 정말 소중한 사람들을 기적처럼 보내주었네요. 삼성에서 장루 수술하고 퇴원하던 날 몇일 목욕하지 못해 가려워하던 짝꿍에게 목욕을 도와줄 분들을 찾기 위해 시청, 동사무소, 보건소 등 가능한 곳에 전화를 드렸지만 사무적인 공무원의 태도에 실망하였고, 아무 생각없이 전화했던 가정 호스피스센터에서 수녀님과 자원봉사자 분들이 기적처럼 오셔서 일주일마다 목욕 도움을 주셨네요. 목욕뿐 아니라 성모병원 약사 선생님, 북부병원 한의사 선생님, 반찬까지 챙겨다 주신 선생님까지 많은 분들이 함께 기뻐하고 슬퍼해주셨네요.
호스피스 병동에서 지루한 하루를 재미있게 보내고파서 네일과 패티큐어를 하고프다는 짝꿍에게 아무 조건없이 흔쾌히 달려와주신 분당의 원장님까지 너무나 고마운 분들이 우리 주위에 계셨네요.
혼자 힘들고 외롭고 무섭다면 도와달라고 외치세요. 우리 곁의 천사님들이 당신을 흔쾌히 도와 줄거예요.


4. 사랑하는 이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답니다.

참 고집스럽게도 자존감이 높았던 짝꿍은 마지막까지도 나에게 여자이고 싶었나봐요. 부종으로 퉁퉁 부은 하부를 닦을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아픈 몸을 혼자 씻곤 했었네요. 아니 어쩌면 처음 제가 난처한 표정을 보여주어서였는지도 모르겠네요. 생전 내 속옷도 빨아보지 않았던 내가 분비물이 묻어난 짝꿍의 속옷을 빨아야했을때 난감한 표정을 지었을 것 같네요.
시간이 지날 수록 분비물의 형태는 장루에서 하부까지 여러 냄새와 색깔로 나올때, 그 냄새와 색깔마저 고맙고 사랑스러웠네요. 최소한 소화기관이 막히지 않아 먹고픈거 한번이라도 더 해먹일 수 있으니깐요. 마지막에는 부종때문에 속옷도 입히지 않고 사각 귀저기와 팬티형 기저귀로만 가리운채 그때 그때 갈아주었지.
주말 저녁 잠시 자기를 가족에게 맡겨두고 집에와서 빨래하고 음식해서 아침에 좀 늦게 병원에 갔는데, 나 없는 동안 갈지 못한 기저귀로 욕창이 생긴 엉덩이를 보았을때 많이 울었다오. 처음부터 자기가 편하게 내가 직접 속옷도 빨고, 목욕도 시켜주지 못한게 너무 후회스러워. 좀더 일찍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면 더 편안하고 뽀송한 하루 하루를 보냈을 거라 생각하니 미안하다오.

따뜻한 아치울의 작은 우리집 침대에서 내품에 안겨 따뜻하게 가고프다는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하여 슬프다오.




철없는 남편의
사랑스런 아내로
살아줘서 고마워

잠시
이별의 시간이지나
우리 다시 만나는 날
더 큰 사랑으로 안아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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