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 이야기

성 바오로 가정호스피스센터

그리운 내동생 현정이

작성자
stphc
작성일
2019-01-30 11:55
조회
285
그리운 내동생 현정이



정의정 (사별가족모임 뜨락2기)


첫 눈이 왔다. 첫 눈치고는 꽤 많은 눈이 내렸다.
매번 눈이 내릴 때면 2009년 함박눈이 내린 다음 날 몽촌토성에서 너와 눈썰매를 탔던 날이 생각이 났다. 보드복을 입고 보드신발을 신고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둘이서 신나게 미끄러져 내려오던 그 날이 너무나 즐거웠고 눈이 내릴 때마다 그 날을 상기하며 또 타자고 너와 이야기를 했더랬지.. 그때 난 32살이었고 넌 29살이었지.. 우린 이 일을 92살 89살까지 곱씹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나 혼자서 추억하고 있다.
너와 난 눈이 오는 날을 참 좋아하고 비가 내리는 날을 참 좋아했지..그래서 눈맞고 비 맞고 돌아다니는 것도 참 좋아하는 자매였다. 그랬는데 작년 네가 아픈 후로는 비가 내리고 눈이 오는 날이 그렇게 야속하고 싫더라. 매일 다음날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잠들기 전 기도 중에 항상 ‘내일은 맑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를 드렸었다. 올해 첫눈을 보며 엄마와 우리 세자매가 함께하던 대화창에서 첫눈을 검색해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작년 첫눈이 오던 날 넌 눈이 와서 그런지 허리가 더 아프다고 했더라.
임신 중에 입덧이 너무 심하고 임신 4개월쯤부터 똑바로 누워서 못 잘 정도로 허리가 아팠던 네가 혈변까지 보더니 결국 위내시경을 하고 임신 19주에 위암인 걸 알게 됐었지. 네 생일날 개복을 했지만 너무 큰 암덩어리에 결국 덮고 말았고 임신 중인 아기를 포기하지 않고 2달간 항암을 견디며 아파서 먹지도 눕지도 못하다 낳은 너의 예쁜 그레이스가 벌써 돌이 지났다. 이른둥이라 아직 많이 작고 조금 느리기는 하지만 엄청 잘 웃고 잘 놀고 이유식도 엄청 잘 먹는 예쁜 아이로 자라고 있다.
돌잔치는 네가 전에 얘기했던 대로 가까운 친지들만 모여서 네가 좋아할 만한 예쁜 식당에서 정성껏 치뤄주었다. 울 그레이스가 어찌나 기특한지 울지도 않고 방긋방긋 웃으며 사진도 잘 찍고 잘 놀아주었다. 너 닮아서 웃는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눈웃음이 정말 너랑 똑같다. 돌잔치 전날 호정이와 함께 그레이스 돌 현수막을 만들었다. 한지를 찢고 자르고 풀로 부치고 직접 한글자 한글자 써서 만들어 봤다. 네가 좋아하는 나비도 그려 넣었다. 너인 것처럼 정성스럽게 그려보았다. 너와 함께 이걸 만들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너무나 간절했지만 너는 옆에 없구나. 이런 걸 참으로 좋아하는 너인데..
“사랑하는 막뚱아.. 영원한 우리집 애기 현정아.. 정말 힘들고 아픈데 그레이스 포기하지 않고 잘 품고 있다가 낳느라 고생했어. 그레이스 첫돌 축하해! 일 년간 기르느라 정말 수고했어!~~ 울 막뚱이 정말 기특하다! 그리고 네가 엄마라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안아주고 싶은데 뽀뽀해주고 싶은데 할 수가 없구나.
이런 마음을 담아서 만들었는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당연히 좋다고 예쁜 눈웃음 지으며 “언니들 사랑해~” 하고 있을 네가 눈앞에 선하다.


하느님 당신이 계시다는 것도 압니다.
하느님 당신의 뜻이 있다는 것도 압니다.
하느님 당신 뜻이 제 뜻과 다를 수도 있다는 것도 압니다.
하느님 당신 뜻대로 하실 것이라는 것도 압니다.
하느님 그럼 저는 뭘 위해 기도 드려야 할까요?

하느님 당신 곁에 울 막뚱이 있는 거 맞지요?
전체 0

성 바오로 가정호스피스센터

(우)12100 경기도 남양주시 불암산로 99 (별내동 640-1)

대표전화 : 031-575-9971 / 010-8985-9971|E-Mail : sph9971@hanmail.net

 

COPYRIGHT ⓒ 2021 STPHC., ALL RIGHTS RESERVED.

후원 계좌안내

우리은행 : 1005-801-134037|예금주 : 천주교 쌘뽈 수도원

농      협 : 301-0297-2250-81|예금주 : 천주교 쌘뽈 수도원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