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 이야기

성 바오로 가정호스피스센터

호스피스 단상 1

작성자
stphc
작성일
2018-10-25 16:07
조회
241
센터 에세이 (소식지 14호 게재글)

<나비가 되어 떠나버린 임들...>

올 가을 우리 센터의 정원은 유난히도 아름다웠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빨갛게 물든 단풍잎, 노란 은행잎, 그리고 하얗게 화단을 덮은 구절초...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천국의 정원 같아요!”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감탄의 말이다.
그래! 천국의 정원은 이렇게, 아니 이 보다 더 평화롭고 아름답겠지? 문득, 금년에 떠나보낸 ‘임’들이 떠오른다. 나는 그들을 “나비가 되어 떠나간 임”이라고 했다. 고통의 육체를 벗어버리고 훌쩍 떠나간 그들이기에 그렇게 불러본다. 그리운 임들의 이름을 부르며 나에게 인상 깊은 추억을 남겨준 몇분들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먼저 희귀성 신장암으로 1년 남짓이 고생하다 훌쩍 떠나버린 23세의 청년 민이가 떠오른다. 민이는 홀아버지와 반지하 월세방에 살면서 통장에 천만 원만 만들어 보겠다는 꿈으로 꼬박꼬박 박봉을 모아왔다. 그 꿈이 거의 이루어질 무렵 그는 희귀성암 선고를 받고 외로운 투병을 시작했다.
화요일이면 민이를 만나러 가는 날이다. 민이는 “수녀님, 오늘도 오시나요? 달달한 것이 먹고 싶어요.” 라고 말한 적이 있어 부랴부랴 ‘달달한’ 빵과 과자를 사들고 갔지만 민이는 한입도 넘기지 못했다.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던 민이였다.
하느님을 원망할 줄도 모르던 민이였다.
“천당 가면 우리 수녀들 좀 잘 부탁해줘” 하는 내 부탁에 그렇게 하겠다던 민이였다.
민이는 어느 늦은 저녁, 병실을 지키던 아빠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조용히, 평화롭게 30kg도 안 되는 여윈 육체의 옷을 벗어 버리고 나비처럼 날아갔다. 민이를 보낸 후 화요일은 갈 곳이 없었다. 그러나 그 공백은 길지 않았다.

다음으로 기억나는 사람은 언뜻 보면 건장해 보이는 큰 체격의 스테파노님이다. 그는 90kg이나 되었던 체구가 이제 50kg으로 줄 정도로 수척해졌다. 그는 미국, 동남아까지 다니며 열심히 선교활동을 하던 중 폐암 4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투병이 시작되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음식을 넘길 수도 없었고 참을 수 없는 통증은 마약진통제로도 조절하기가 어려웠다.
그를 위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의 화려했던 지난날의 선교활동을 들어주는 것이었다. 그가 활발하게 선교하는 모습이 담겨있는 인터넷 유튜브를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었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이렇게 이야기 했다. “선교생활은 완전한 기쁨 그 자체였다” 고 하였다. 그는 가끔 신자들이 감사하다고 주머니에 찔러 넣어주는 돈이 마음이 쓰여 나중에는 주머니를 꿰매고 다녔다고 한다.
참으로 맑은 영혼으로 살려고 노력한 스테파노님! “이렇게 고통을 주시는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아요?” 하는 내 질문에 “아뇨! 다만 고통을 청하라고 하지는 않겠어요”
고통 중에도 옆 병상에 있는 할아버지 가족을 챙기던 스테파노님! 그는 앉지도 눕지도 못하고 가쁜 숨으로 고통을 견뎌야 했지만 귀천하는 순간은 평안하고 고요하게 맞았다고 그의 동생은 전한다. 장례식장 역시 아름다운 성령 노래가 울려 퍼지는 천상의 분위기였다.
끝으로 생각나는 분은 씩씩한 베드로 할아버지다. 그는 “오늘 수녀님 오시는 날이지?” 하며 아내에게 면도해 달라고 하며 우리의 방문을 기다렸다고 한다. “여보” 하고 아내를 부르는 소리가 우렁차서 “할아버지 노래 잘 하셨나 봐요” 하고 말을 건넸더니 한 곡조 잘 뽑았던 과거를 회상하는 듯 묵묵부답이셨다. “카수 였어요.” 부인이 대신 대답했다. 목소리도 우렁차고 해서 좀 오래 계실 줄 알았더니 어느 날 떠나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최귀령 세라피나 수녀
성 바오로 가정호스피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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